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books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저, 이창신 역, 김영사, 2010



'이러쿵저러쿵'이 주는 의미

 이 책이 왜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독자는 제목에 ‘낚일’ 것이다. 책의 제목은 「정의란 무엇인가」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정의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그의 서술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의 형태다. 책의 말미에 가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론에 기반한 그의 정의관을 늘어놓기는 하지만, 이는 서둘러 책의 적절한 분량을 끊어내기 위한 제스처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는 ‘이래라저래라’가 아닌 ‘이러쿵저러쿵’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쟁적인 입장을 전해 듣고 싶었던 독자에게는 적잖이 실망이었을 것이다. 혹은 그의 철학적 질문들이 어려웠거나.

그렇다고 해서 출판사의 상업적 의도에 낚였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이 책의 원제 역시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독자의 상당수가 책을 덮고도 기억에 남는 정의에 관해 샌델이 제시한 논쟁적인 예시가 하나 있을 것이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의 기관사가 눈 앞의 철로에서 일하는 인부 다섯 명을 본다. 그리고 핸들을 꺾어서 들어설 철로에는 인부 한 명이 일을 하고 있다. 이 기차는 그대로 달리면 다섯 명, 방향을 꺾으면 한 명을 죽이게 된다. 기관사로서는 무엇이 정의인가? 이 상황에 정의란 무엇인가?

 책 표지에서 홍보하듯, 샌델은 매년 천여 명에 이르는 하버드대(!) 학생들을 상대로 토론식 강의를 펼치는 ‘선수’다. 개인적인 투철한 정의관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위와 같은 극단적인 예 앞에서는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샌델은 우리가 쉽게 개인적인 정의관을 드러낼 수 있는 예에서부터 그러한 ‘극단’에 이르기까지의 사고, 논리, 정의론을 하나씩 되짚어보게 만든다. 극단적인 예들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들 혹은 정말 특수한 경우들(예컨대, 식인食人을 한 독일인의 경우처럼)이지만, 그것이 한 차원 더 깊은 사고를 할 계기를 제공함을 샌델은 그의 오랜 강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상투적인 표현을 쓰면, 그러한 극단의 예시들이 주는 자극은 당신의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가끔은 책이 정의와 도덕에 관한 생소한 철학자들의 입장에 너무 깊게 접근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될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철학자들의 한가한 담론은 언제나 어렵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베스트셀러를 읽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100%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런 부분은 그냥 넘겨도 좋다. 다만,

마이클 조던의 수입에 관해 우리가 의심을 품을 수 있다는 점만큼은 알고 넘어가자. 군대 징집제도가 불편하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유시민일지라도, 그것을 옹호할 상당한 근거를 주장할 수 있음을 알고 넘어가자. 일본의 정치가들이 과거의 제국주의 범죄를 한국에게 사과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 역시 있음을 알고 넘어가자. 필자가 생각하기에, 당신이 평소 생각하던 바를 뛰어넘는 설득력 있는 주장의 존재를 이 책을 통해 깨닫지 못한다면, 이는 당신이 오만하거나 머리가 굳어버린 것이다. 샌델은 선수의 입장에서 전방위적으로 당신의 사고를 압박한다.

 책을 덮고, 그러한 압박에서 벗어났다면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우리 주변에는 질문을 던질 만한 것들이 너무 많다.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가? 속도 위반에 벌금을 물리는 것은 적절한가? 버스 전용차로제는 옳은 제도인가? 택시운전사의 승차거부는 언제나 옳지 않은 행위인가? 너무 소소한 질문이라고 생각되면 다음과 같은 것들도 좋다. 경찰이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것은 정당한가? 대한민국 군대가 무고한 선원을 억류한 소말리아 해적을 사살한 것은 정당한가? 전과가 십수개인 자가 한 나라의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은 정당한가? 등등.

아무 질문을 떠올릴 수 없거나, 질문에 대한 다양한 입장의 합리적 근거를 따져보겠다는 압박 혹은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면 이 책은 무의미하다.

당신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이 무의미할 뿐이다.


덧글

  • 덕순강아지 2011/03/07 11:25 # 답글

    우리시대에서 너무나 많은 부도덕한 정치인,기업인,종교인 등등으로 너무나 상처를 받었던 사람들이
    과연 우린 이렇게 살어도 되는것인가 ? 라는 의문을 가지고 참고있었는데...(온갖 비리가 넘치잖어요)

    그 와중에 정의란무엇인가 ? 라는 제목으로 일단 저부터도 주문했으니..
    책을 읽어보니 그냥 교양서 이더군요..

    책 내용을 폄하는 것이 아니라 참 출판사 기획력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 허남설 2011/03/07 17:58 # 답글

    저는 실망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의외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본문에도 썼듯, 강렬한 제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1/03/08 19:2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허남설 2011/03/08 19:59 # 답글

    어느 부분에서는 정말 지겨워서 못 참겟드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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