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 books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저, 신영림 편저, 예담, 1999


예전에, 정말 예전에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도서관에서 빌렸었더랬다. 그냥 '반 고흐'라는 인물의 불꽃 같았던 삶에 대해 대략 알고있는, 딱 그 정도 느낌으로만 그 책에 끌렸었다. 그래서인지, 결국 몇 페이지 정도만 읽고 별로 재미없다는 생각에 반납했었던 것 같다.

그 책을 이번엔 샀다. 이 책을 살 당시에 이유는 예전에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릴 때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책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읽을수록 내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반 고흐라는 인물의 그림이 여러번 깨지고 여러번 다시 그려지고 있다. 진부한 표현같긴 하지만, '천재'로서의 고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고흐가 느껴지기 때문이랄까.

고흐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하얀 캔버스 위에 그가 가진 재능과 집념을 마음껏 펼치는 시간. 다른 하나는, 팔리지 않은 채 쌓여가는 그림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 앞의 시간 속에서의 고흐는 우리가 오늘날 미술관에서 만나는 바로 그 고흐이지만,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뒤의 시간, 그야말로 고통스럽고 권태로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고흐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책에서 만나는 고흐의 삶은 유감스럽게도 '전혀' 불꽃같지 않다. 오히려 점점 더 조여오는 인간적인 고뇌 속에서 서서히, 그렇게 죽어가는 외로운 삶이 있을 뿐이다.

고흐는 자살을 했다. 아마 고뇌의 시간에서 오는 고통과 권태와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 했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살은, 그의 삶을 불꽃 비슷한 것으로 보이도록 포장했다. "힘없이 사라져가느니 한 번에 타오르는 것이 더 낫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이런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흐가 살았던 두 가지의 시간. 결국 선과 색채에 대한 열정은 서서히 흘러가는 고통스러운 시간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고흐는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그려져 있다. 사랑 혹은 우정을 갈구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갱과의 이별이 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을지 짐작해 본다.) 결국 그 역시 외롭지 않기 위해 발버둥쳐야만 했던 평범한 인간이었을까.

한 권의 책을 통해, 한 세기 전에 자살을 택한 어느 천재적 인간과 교감할 수 있음을 느낀다.

덧글

  • bckim 2011/07/20 11:07 # 삭제 답글

    앙토냉 아르토가 반고흐에 대해서 쓴 책도 좋아
  • 허남설 2011/07/20 11:22 #

    그책 뒤져봣는데 심히 끌리는군. 고맙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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