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개념-뿌리들01 books


개념-뿌리들01, 이정우 저, 산해, 2004


고대 그리스의 철학에서부터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놓은 철학입문서를 여러 권 접해본 바 있을 것이다. 역시 그런 서적들을 읽다가 자꾸 지나온 페이지를 들쳐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철학자들은 존재, 실체, 진리 등 일정한 주제를 놓고 제 각각 그 사유의 방식을 달리한다. 그것이 철학의 역사다. 그래서 시대순으로 철학자들을 나열하기 시작하면, 같은 주제의 다른 개념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아마 그것이 흔히 접하는 철학입문서를 통독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철학자 이정우의 시민강좌 강의를 엮은 「개념-뿌리들01」은 그런 여느 철학입문서들과 다르다. 제목에서 넌지시 읽히듯, ‘개념’을 중심으로 철학사를 정리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를 천천히 그리고 깊이 사유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개념’이라고 강변하며, ‘일상의 언어이면서도 동시에 철학적으로 중요한 개념들을 그 역사적 연원과 철학적 구조에 입각해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한다.

일련의 개념을 중심으로 철학자들의 이름과 사유가 거론되는 책의 구성은, 좀처럼 철학 관련 서적을 접하기 힘든 이 나라의 풍토에서는 보기 드문 체계라 추측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동양으로 불리는 세계의 일각에 살면서도 서양세계의 철학보다 더 생소하게 느끼는 동양철학까지 한 개념을 중심으로 함께 버무려진다. 그만큼 책을 읽는 이의 사유의 여지는 더 넓어지리라.

철학자들의 생애 순으로 철학을 줄곧 접해왔던 관성 탓에 오히려 정리가 잘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한자(漢子)나 라틴어에 대한 편집의 배려가 부족한 것도 한 몫 한다. 그래도 위로가 된다. 철학은 ‘사유’의, '사유'에 의한, '사유'를 위한 학문이란 걸 되새겨보면 말이다. 책을 읽고 덮는 순간순간 사유하는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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