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books

「도시의 승리(원제: Triumph of the City)」, 에드워드 글레이저 저, 이진원 역, 해냄, 2011

 

‘도시는 궁극적으로 승리한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의 <도시의 승리(원제: Triumph of the City)>는 제목 그대로 ‘도시의 승리'를 선언한다. 우리가 목격하는 오늘의 도시가 ‘화려하게 장식된 런던의 아케이드건, 리우데자네이루의 괴팍한 빈민가건, 홍콩의 고층 건물이건, 먼지가 풀풀 날리는 다라비의 작업장이건 간에’(p.472) 상관없이 말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 대한 비판과 회의, 나아가 비아냥과 조롱이 가득한 담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그의 자신감 넘치는 선언이 낯설다. 이 복작복작한 도시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그리고 ‘도시탈출’과 ‘귀농’이 유행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이 때, 대체 왜 저자는 도시가 승리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저자가 되짚어본 인류의 역사에서 항상 도시는 승리를 거두어왔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현대 미국의 뉴욕에 이르기까지 도시화를 이루어낸 역사는 그렇지 않은 역사에 비해 더 부유했고, 더 훌륭한 문화를 꽃피웠으며, 심지어 더 친환경적이었다. 물론 일시적인 침체를 겪거나, 혹은 아예 쇠퇴하는 듯 보이는 경우도 있어왔다. 그러나 도시는 이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승리해왔다. 그리고 그런 업적을 이루어낸 도시 고유의 힘은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 책은 도시가 가진 그 ‘힘’에 관한 논증과 고찰이다.


도시가 지닌 힘의 대부분은 인간 개개인의 ‘인접성’이 극대화되는, 밀도 높은 환경의 창출에서 나온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이 가진 지식과 능력이 자유롭게 교환되고, 그 과정에서 문명의 발전이 이루어진다.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디어들은 대륙과 바다보다 복도와 거리를 더 쉽게 가로질러 가기 때문이다’(p.77). 저자에 따르면 아테네의 수준 높은 철학, 피렌체에서 태동한 르네상스 예술혁명, 뉴욕의 세련된 패션산업 등도 다 인접성에 기인한 발전이다.


또 이러한 도시의 환경은 풍부한 인적자본을 유지시키며 또 끌어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도시, 예컨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도시가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모여든 가난한 시골사람들로 붐비게 되면서 ‘슬럼’같은 열악한 거주환경을 보유하게 되더라도, 거시적으로 보면 그것은 결국 도시의 성공을 의미한다. 따지고 보면 슬럼의 빈민들은 시골보다 도시가 더 풍부하게 제공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몰려든 것이며, 변화 없는 가난한 시골의 생활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도시에 존재하는 가난은 도시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을 드러내준다’(p.138).


뿐만 아니라 도시는 인류가 직면한 환경문제에 관해서도 그 자체로 탁월한 해결책이 된다. 도시가 가진 밀도는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도시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도시의 기존 밀도를 유지하거나 낮추면서, 도시민들을 교외지역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는데 이는 반환경적인 것이다. 교외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결국 자가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들이 도시로 출퇴근하는 시간 역시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탄소배출량 역시 증가하게 되는 이유에서이다.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도시의 밀도를 지금보다 높일 것을 제안하며, 이를 위한 마천루 건설에 지지를 보낸다.


‘성공한 도시’에 대한 저자의 논리는 거의 빈틈없이 탄탄하다. 그의 주장은 다양한 역사적 선례들과 수많은 통계로 뒷받침되고 있다. 경제학자답게 많은 문장들이 철저한 계량화와 수치들로 채워져, 어떻게 우리가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시 내 대학졸업자의 수, 임대료, 건물 층수, 기업의 실적, 이민자 수 등등은 그가 책에서 지속적으로 인용하는 항목들이다.


확실히 그런 것들이 우리네 삶의 일면을 표현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가 성공적인 도시를 향한 정책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가운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정치•도덕의 문제에 관해서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다소 아쉽다. 아마 저자는 책의 전체적인 흐름에 그러한 문제에 관한 언급이 적절치 않다고 본 것 같은데, 그가 예민한 도시 문제와 해결책을 지적할 때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과 논쟁에 대해 저자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그리고 실제로 도시는 그 특유의 인접성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풍요는 물론 정치적인 풍요 역시 발생시켜왔다. 우리 삶을 향상시킨 기술 및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갈등을 불러일으킨 이데올로기와 사상의 발원지 역시 도시가 아니던가. 저자가 제시하는 ‘도시의 승리’를 향한 대의와 방법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선뜻 그 명쾌함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지점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11
12
49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