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books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원제: The Magic of Reality)」, 리처드 도킨스 저, 김명남 역, 김영사, 2012


최초의 원자폭탄을 제조한 과학자(오펜하이머였던가?)만큼이나 악명(!) 높은 과학자가 우리 시대에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 과학자가 너무 급진적이고,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조직되었던 ‘맨해튼 프로젝트’만큼이나 위험한 발상을 한다고 여기는 듯 하다. 그의 책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 그 내용을 반박하는 책 역시 요란스레 출간과 홍보를 반복하고는 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가 꿈꾸는 세상이 대체 무엇인가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한 마디로 이런 것이었다. “만국의 무신론자여, 단결하라!” 그렇다. 그는 그 유명한 「만들어진 신(원제: The God Delusion)」의 저자,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다.

도킨스는 평소 과학적 논증과 접근법을 옹호하며, 신의 존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정해온 과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그의 새 책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목인즉,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원제: The Magic of Reality)」이상하지 않은가? 도킨스가 마법Magic에 관하여 말하다니 말이다. 그런데 그 마법이 현실Reality이란다. 역설적이다. 제목은 애매하지만, 이 책은 왠지 꽤 많은 이들이 베개로 쓰고 있을 것 같은 「만들어진 신」보다는 훨씬 얇다는 점이 위안을 준다.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알록달록 다채로운 큼직한 삽화들이 눈길을 끈다. 동화책인가?

맞다. 이 책은 현실세계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과 분석만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다소 어려운 동화책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동화책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공통과학’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인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몇몇 자연현상과 일상적 사물들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점들이 책의 소재가 된다. 낮과 밤, 여름과 겨울, 별똥별, 무지개, 지진 등.

엉뚱하게도 도킨스의 이야기는 주어진 소재에 얽힌 신화를 늘어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컨대, ‘무지개’에 대한 7장에서는 우리가 흔히 ‘노아의 방주’ 신화로 알고 있는 ‘길가메시 서사시’가 등장한다. 이미 알지 모르겠지만, 신(하나님? 여하튼)은 엿새 동안 밤낮으로 비를 내려 방주에 탄 인간과 생명체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몰살시킨다. (신은 어찌나 잔인한지!) 그리고 신은 대홍수의 끝에 무지개를 띄워 다시는 이런 끔찍한 홍수를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의 징표를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위 신화는 다음을 뜻한다: 무지개는 신과 인간 사이의 징표이므로 매우 신성하고 경이로운 것이다.

이제, 도킨스는 신화적 존재가 된 무지개를 현실세계로 격하(?)시키는 작업에 돌입한다. 프리즘·스펙트럼·파장·적외선·자외선 등 무지개에 과학적 메스를 들이대어 우리에게 무지개의 ‘진짜’ 실체를 보여준다. 왜 그것은 ‘빨주노초파남보’인지, 빗방울이 어떻게 그것을 만드는지, 그것을 향해 아무리 다가가도 왜 잡을 수 없는지. 그리고 도킨스는 묻는다: 신화적 설명과 자신의 과학적 설명 중 어느 쪽이 더 경이로운가? 이 질문에 도킨스는 자신 있게 스스로 대답한다.

현실이기에 더 마법적이고, 우리가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에 더 마법적이며…… (중략) 현실이기 때문에경이롭다.(p.31)

도킨스야 워낙 저명한 과학자 신분이니 이렇게 딱 잘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결국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다. 다만, 그 점만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신화는 재미있다. 어떤 면에서는 경이롭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을 ‘즐기는' 것과 ‘믿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도킨스도 신화를 즐길 자유를 뺏을 마음은 없다고 말한다. ‘아담과 이브’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그것을 정말 인류의 시작점으로 믿어버리면 곤란하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그 어떠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믿음'은 지적으로 매우 불성실하고 게으른 태도다. 반면에 인류의 머나먼 과거의 조상이 일종의 물고기라는 과학적 설명은 어떤 면에서 끔찍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수많은 증거로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더 믿을만한 이야기다. 이 때의 '믿음'은 앞선 '믿음'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지적으로 충실한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믿을 것인가? 이 역시 자유의 영역이겠지만, 지적 불성실함이 때로는 현실적 판단에 많은 문제를 낳는다는 점에서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신화를 사실로서 받아들이는 많은 종교인들이 보이는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도킨스가 이런 대중적 과학서적을 세상에 꾸준하게 선보이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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