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광역시: 런던플랜 books

「런던플랜(The London Plan)」, 런던광역시(The Greater London Authority) 저, 최은희 역,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진보정치연구소, 2006


「런던플랜」은 영국 노동당 소속의 켄 리빙스턴Ken Livingstone 전(前) 런던시장이 주도한 장기적 런던발전계획에 관한 보고서다. 켄 리빙스턴은 ‘레드 켄Red Ken’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노동당 내에서도 급진파로 분류되는 좌파인사다. 때문에 그는 토니 블레어Tony Blair가 이끄는 신노동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런던시장 후보로 나서 당선되었다. 그만큼 런던시민들 사이에서는 리빙스턴 개인에 대한 지지가 확고했던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리빙스턴은 재임 중에 런던 지하철 민영화 계획에 맞섰고, 혼잡통행량 징수제도 등을 통해 대중교통 체계개선에 앞장섰으며, 민간투자 주거개발의 경우 전체비율의 5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놓는 등의 주택 정책을 펼쳤다. 이뿐만 아니라, 런던을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한 도심 개발전략 등 기업환경 개선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런던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세밀히 검토하고 예측하며, 이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내세울 줄 알았다. 향후 15~20년 뒤의 미래런던을 위한 전략적 계획을 담고 있는 「런던플랜」이 그 증거이며, 이 역시 그가 거둔 중요한 시정(市政) 성과 중 하나다.

우선 리빙스턴을 비롯한 「런던플랜」의 작성자들이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양한 방면에 걸쳐있음이 인상적이다. 대중교통 기반시설 등 도시의 물리적 구조에서부터 생물다양성∙대기질∙에너지 등의 환경문제, 그리고 지역공동체와 특정 계층의 경제적∙사회적 소외문제까지 함께 런던의 주요한 해결과제로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올바르게도 「런던플랜」은 이 모든 과제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해결책도 매우 신중하고 복합적인 사고와 정책을 통한 것이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특정 지역에 대한 실비(實費)주택 공급의 문제와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통근량의 문제, 그리고 도심을 보다 밀도 높게 개발하는 전략과의 상관성 같은 것들 말이다. 뭔가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도시는 복잡한 것이기에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중 하나를 뚝 떼어내 정책을 말한다면, 그것은 간단명료해 보이기는 하나 거짓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런던플랜」은 명백히 이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주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2007년 발간한 <서울의 도시계획∙설계>라는 보고서를 접한 바 있다. 제목 그대로 서울의 도시계획 및 도시설계의 방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서문이 무색할 정도로, 당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던 각종 개발 사업에 대한 홍보책자 같은 느낌이 짙었다. ‘한강르네상스사업’, ‘청계천복원사업’, ‘뉴타운 조성사업’ 등 각종 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지만, 당최 서울시의 행정가 집단이 그리는 바람직한 서울의 미래상(像)에 대한 제안은 없었다. 오늘의 서울 곳곳에서 들려오는 파열음은 아마 이 탓이 아닐까.

켄 리빙스턴은 한 차례 연임을 거친 후, 2008년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에 패배하여 시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지난 4월에 있었던 런던시장 선거에서도 낙선했다. 하지만 새로 선출된 존슨 시장 역시 지난 2011년에 「런던플랜」을 개정∙발간함으로써 리빙스턴의 업적을 이어갔다. 그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확인하지 못 했지만, 장기적인 계획과 시정의 철학을 분명히 밝히는 전통이 생겼음은 그 자체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가 사는 서울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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