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뤼미에르 피플 books


「뤼미에르 피플」, 장강명 저, 한겨레출판, 2012


소설 「뤼미에르 피플」 작가 장강명의 직업은 신문기자다. 동아일보에 재직 중인데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달의 기자상, 관훈언론상 등도 받았다니, 기사도 잘쓰고 소설도 잘쓰는 모양이다. 천생 글쟁이란 얘기다.

작가는 연세대학교를 다녔다. 그의 학력란이 중요한 이유는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저 사립대학이 자리 잡은 신촌이기 때문이다. 전공은 도시공학이라는데 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작가는 전공 과제 때문에라도 학교 주변 신촌 구석구석, 요소요소를 섬세히 살필 수밖에 없었을 터다. 그 시선이 작품에 묻어난다.

제목의 ‘뤼미에르’는 신촌로터리에서 조금 떨어진 ‘르·메이에르 타운’에서 따왔다. 작가는 가정을 꾸리기전 그 빌딩에 혼자 살며 대부분의 20대 후반 솔로남성들이 그렇듯 공상에 빠질 시간이 많았나 보다. 그 사색의 단편들을 뤼미에르 빌딩 801호에서 810호까지 서로 석고보드벽 하나를 마주 대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작가가 그곳을 많이 사랑한 모양이다.

“삶을 긍정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는 동네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기 동네에 대한 글을 쓰거나 노래를 짓거나 그림을 그리게 된다." - ‘8층 복도’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랑하면, 그 대상에 섬세함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대로 그 대상을 재구성해보기도 한다. 글, 노래, 그림이 다 그렇게 탄생한다. 작가의 글에서 1층 편의점 야간 ‘알바’생은 낮을 피해 다니는 박쥐인간으로 분장하고, 모텔촌을 떠도는 길고양이들은 생존의 영역다툼을 벌이는 사회적 존재로 승화되며, 멀리 서강대교에 걸쳐있는 한강 밤섬은 영적인 기운이 서려 되살아난 섬으로 신화화한다. 다소 기괴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는 사랑이 잉태한 생명력이 깃들어있다.

SF적 상상력, 기자적(?)인 날카로운 현실묘사와 문제의식, 뭔지 모를 염세적 대세 속에 담긴 역시 뭔지 모를 연민. 이런 대칭적 파편들이 오묘하게 뒤섞인 매력이, 읽는 이를 이야기 속으로 잡아끌며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뭐랄까, 지극히 평범한 ‘르·메이에르 빌딩’이 작가의 펜 끝에서 상상 속 ‘뤼미에르 빌딩’으로 규정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만큼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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