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천: 아파트 게임 books

아파트 게임, 박해천, 휴머니스트, 2013

박해천의 전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해서는 진중권이 모 토론 프로그램에서 간략하게 요약해 전달한 바 있다. “전위적, 혁명적이었던 386세대에게 노태우 정권이 분당 등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아파트 하나씩 던져줬더니 급격히 보수화하더라”는 식의 요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가상의 화자가 풀어가는 서사라는 형식만큼이나 그 안에 담긴 해석도 참신했다. <아파트 게임>에 대한 주목은 그만큼 자연스럽다.

이 책은 부제대로 ‘대한민국 중산층의 웃지 못할 흥망사’를 한 1955년생 베이비부머 세대의 시각에서 한 권의 소설처럼 풀어낸다. 그런 형식의 시도 자체야 새롭단 점에서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 만한 사항이 못 된다. 군데군데 인용한 사례들의 출처가 동시대 소설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문제는, 잘라 말해서, 새로울 게 없단 거다. ‘386세대의 보수화’를 ‘아파트 한 채’로 풀어낸 전작에 비해 <아파트 게임>은 신선함을 지니지 못했다. 이미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어 익숙해진 지적들을 단지 화자 한 명을 끌어와 이야기로써 풀어낸 정도다. 그런 면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후속작 정도로 보면 적당할 듯 하다.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이 책에 담긴 1955년생 베이비부머 세대 주인공의 증언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바로 그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고충과 모순을 간결하게 서술했다는 점일 거다. 이 주인공은 바로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놀랍다.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 아저씨들의 삶과 심리적 배경을 날카롭게 파악해 한 권의 책으로 추려냈다. 당대 재력가들을 풍자한 ‘강남 복부인’들과 달리 늘 부동산 투자에 있어 꼭 한 발씩 늦었던, 또 예상보다 이른 퇴직 후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나 주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등장으로 위협받는 주인공의 초상은 누군가와 소름끼치게 닮았다.

이야기는 1955년생 주인공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화를 예고한다. 바로 그 주인공의 카페에서 일하는 저임금 ‘알바’ 노동자, 또 책 말미에 등장하는 학원강사 Y씨가 다음 주인공이다. 앞의 1955년생 주인공이 저임금으로 부려먹는 알바생, 이 구도는 ‘88만원 세대’를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착취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를 그려낸다. 학원강사 Y씨는 사교육 시장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학생의 아버지가 바로 내가 세들어 살고 있는 원룸의 임대인”이라고 가정하며 임대인, 학생, Y씨, 다시 임대인이라는 기묘한 ‘쩐’의 순환 구조를 상상한다. 앞서 말했듯 새로운 시각을 아니지만 분명 섬뜩함은 있다. 이렇게, ‘아파트 게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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